암호화폐는 암호화 기술로 보안성을 확보한 디지털 가상 화폐로, 탈중앙화되어 정부나 금융 기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세대 화폐로 주목받았다. 특히 일부는 암호화폐가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할 잠재력을 갖추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암호화폐가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암호화폐와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이미 실제로 법정 화폐로 채택
암호화폐가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암호화폐가 이미 실제로 법정 화폐로 채택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했으며, 최근에는 비트코인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또한 베네수엘라처럼 경제가 불안하거나 우크라이나처럼 전쟁 중인 국가에서는 암호화폐 결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경제가 불안하거나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는 미국 달러와 유로 등 주요 통화의 환율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암호화폐를 통화로 사용하는 것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으며, 더 많은 국가가 암호화폐를 채택한다면 암호화폐가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수준까지 이를 가능성이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증가
반대로 암호화폐가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기는 힘들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특히 미국 달러와 유로 등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화폐를 사용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암호화폐가 기존 통화 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
암호화폐를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기 힘들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을 지적한다. 암호화폐가 실제 화폐 역할을 하려면 가격 변동폭이 크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의 암호화폐는 투자 수요의 변동으로 인해 가격이 크게 출렁이기에 안정적인 화폐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한 베네수엘라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인해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익명성과 해외 송금의 용이성
이와 달리 암호화폐가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측은 암호화폐의 익명성과 해외 송금의 용이성을 강조한다. 암호화폐는 누가 돈을 주고받는지 파악하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 중앙화 거래소나 본인 명의 계좌를 이용하는 등 일부 상황에서는 암호화폐의 경로를 일부 파악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은행처럼 모든 암호화폐 거래를 완벽히 추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암호화폐의 익명성과 해외 송금의 용이성 때문에 관련 규제와 암호화폐 거래를 추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상당한 금액의 거래가 암호화폐로 진행되는 새로운 경제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대체 투자 자산으로서의 높은 인기
암호화폐가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마지막 이유로는 암호화폐가 대체 투자 자산으로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암호화폐 투자는 신기술에 관심이 높은 일부 투자자에게 국한되었지만, 현재는 직접 투자하지 않는 사람도 암호화폐에 대해 알고 있을 정도로 암호화폐 트레이딩 및 투자가 보편화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암호화폐를 금 등 주식의 위험을 헷징하기 위한 대체 투자 자산으로 고려하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암호화폐 투자가 흥미 위주의 투자가 아닌 엄연한 투자 전략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도 조성되는 모습을 보였다.